봄철 타이베이는 날씨도 좋고, 도시 전체가 한결 여유로운 분위기를 풍깁니다. 저는 1년간 대만에서 어학연수를 했었는데 4월 중순부터 5월 초까지의 기간은 현지의 생동감을 그대로 느끼기에 딱 좋은 시기입니다. 이 글에서는 실제 저의 경험을 바탕으로, 타이베이 봄 날씨, 교통 이용 꿀팁, 그리고 꼭 들러야 할 명소들을 알차게 소개해드리겠습니다.
타이베이 봄 날씨, 생각보다 '덥고 습하다'
많은 분들이 '봄'이라는 단어에 속아 얇은 재킷이나 가디건 정도로 짐을 싸시더라고요. 하지만 타이베이의 4월과 5월은 실제로 서울의 6월 말~7월 초 날씨와 매우 유사합니다. 2024년 4월 평균 기온은 25.3도, 5월은 27.8도까지 올랐으며, 체감 온도는 30도 이상이 되는 날도 흔했습니다. 특히 습도가 높아 아침에 샤워해도 오후쯤엔 땀이 줄줄 흐르기 일쑤였고요. 참고로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4월 평균 습도는 77%, 5월은 80%를 넘나듭니다.
게다가 4~5월은 대만의 전통적인 우기 초입이라 짧고 강한 소나기를 자주 만나게 됩니다. 하루 종일 비가 오는 경우는 드물지만, 우산 없이 외출했다가 옷이 흠뻑 젖은 날도 있었습니다. 여행 오신다면 작은 우산과 얇은 우비는 필수로 챙기시길 권합니다. 미처 준비하지 못하셨다면 편의점에서 구매하시면 됩니다.
옷차림은 반팔+얇은 긴팔 셔츠, 혹은 통풍 잘 되는 린넨류가 적절합니다. 신발은 비 올 때 미끄럽지 않은 샌들이나 워킹화가 좋습니다.
대중교통 활용법, '이지카드'는 진짜 필수입니다
타이베이의 MRT(지하철)는 정말 잘 되어 있습니다. 보통 이지카드 하나면 지하철, 버스, 심지어 편의점까지 전부 해결이 됩니다. 공항에 도착하시면 타오위안 공항 1층 유니마트에서 이지카드 구매(보증금 100NT, 충전 200NT)를 하시면 되고, 한 번 탑승 시 평균 20~30NT 정도라 교통비는 생각보다 저렴합니다.
MRT는 5분 간격 운행, 영어 병행 표기, 객차 내부도 깔끔하고 냉방이 잘 되어 있어 매우 쾌적합니다. 특히 여행자라면 MRT 레드라인(신이단수이선)과 블루라인(반난선)은 필수로 타게 되실 거예요. 타이베이101, 시먼딩, 단수이 같은 주요 명소들이 이 노선에 다 몰려 있습니다.
U-Bike라는 공유 자전거도 유용합니다. 대여소가 MRT역 근처에 거의 항상 있고, 이지카드로 바로 결제 가능합니다. 지우펀 같이 언덕진 지역은 힘들지만, 단수이 강변길이나 화산1914 근처는 자전거 타고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실 겁니다.
참고로 대만 택시는 저렴한 편이지만 카드 결제 안 되는 경우가 많고, 기본 중국어는 알아야 의사소통이 됩니다. 불편할 수 있으니 가급적 MRT나 버스를 추천드립니다.
봄에 가면 좋은 타이베이 여행지 추천
1. 지우펀 (Jiufen)
모든 여행자가 반드시 거쳐가는 관광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배경지로 유명한 만큼, 골목 골목이 마치 동화 속 같습니다. 비가 내려도 안개와 함께 분위기가 좋고, 찻집에서 따뜻한 우롱차 한잔 하며 노을을 보신다면 정말 힐링이 되실 거예요. 다만, 관광객이 정말 많다는 점은 감안해 주시기 바랍니다.
2. 양명산 (Yangmingshan)
봄에는 수국과 들꽃이 만개해서 사진 찍기 정말 좋습니다. 다만 이곳은 꽤 넓고 산악지형이라 MRT + 버스 환승이 필요하고, 체력도 어느 정도 있어야 합니다. 가능하면 오전에 출발하세요. 혹시 시간이 되신다면 온천도 가보시길 추천 드립니다.
3. 단수이 (Tamsui)
이곳은 타이베이에서 전철로 40분 거리인데, 강변 산책로와 일몰이 유명합니다. MRT 단수이역에 내리면 바로 관광로가 펼쳐지고, U-Bike로 자전거 타며 노을을 보는 데이트 명소로 추천합니다. 연인뿐 아니라 혼자 가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습니다.
4. 시먼딩 (Ximending)
젊음의 거리로 불리는 시먼딩은 한국의 홍대나 명동 느낌입니다. 스트리트 푸드부터 로컬 디저트, 대만 브랜드 쇼핑까지 가능합니다. 밤에 더 활기차며, 야경도 예쁩니다.
5. 화산1914 창의문화단지
비 오는 날이나 오후 느긋한 산책이 필요할 때 추천하는 곳입니다. 다양한 전시, 팝업 마켓, 디자인 숍이 있고, 조용하고 분위기 있는 카페도 많습니다.
봄철 타이베이는 날씨만 잘 파악하고 준비물만 챙긴다면 최고의 여행지입니다. MRT 중심의 교통 시스템 덕분에 이동이 편하고, 볼거리와 먹을거리, 휴식까지 모두 만족할 수 있습니다. 자유여행을 준비하신다면, 이지카드 필수 소지, 비 대비용 우산/우비 챙기기, 습도에 대비한 통풍 좋은 옷 선택만 잘해도 절반은 성공한 셈입니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봄 향기가 가득한 타이베이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보시길 추천드립니다.